[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겨울 안에는 매력적인 크리스마스와 주부들의 노동을 요구하는 명절이 자리하고 있다.
유독 추위에 취약한 필자는 겨울 한가운데에 들어선 지금 봄을 기다리게 된다.
아마도 우린 3개월에 한 번씩은 다음 계절을 미리 마중 나가 기다리는 마음일 것이다.
필자는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다만 내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오는 계절은 반갑게 맞이한다. 다가오는 그 계절 안에서 필자가 해야 할 것들을 머릿속에서 그리며 설레기 때문이다.
그려놓은 필자의 계획안에는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버려지는 계획들도 있으나 생활 속 작은 희생으로 꼭 얻어내려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그 중 하나가 보성 차밭빛축제에 다녀오는 것이었다. 일이 아닌 여행으로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필자는 자료를 수집하며 사진을 찍고 관계자들을 만나 명함을 주고받는, 결국 일 아닌 듯 일을 하게 됐다.
1박 2일 일정으로 축제 개막식에 맞춰 전남 보성 차(茶) 홍보위원으로서 한국차문화공원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우선 차박물관을 빠르게 둘러봤다.
보성은 차의 고장인 만큼 단연 한국차문화공원이 필수 코스다.
매년 3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보성 차밭을 배경으로 보성군 상징인 한국차와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서편제 보성소리를 주제로 한 테마공원, 한국차박물관, 소리청, 북루 등 차와 소리에 관련된 주요 시설물들이 많이 있다.
한국차박물관에선 차에 관한 이론부터 체험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한국차소리문화공원 내에 있는 소리청과 야외무대에서도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우리 차문화의 올바른 정립 및 연구와 보급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한국차박물관은 천혜의 차밭 경관과 인접해 있으며 차에 대한 풍부한 콘텐츠를 담은 차 전문 박물관이다. 또한 차를 통한 차문화 복원 및 차문화의 다양성을 획득해 전통과 현대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구축한다.
차박물관은 층별로 테마가 있다.
1층에는 차를 이해할 수 있는 차문화실, 시대별 차 도구와 차의 발자취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2층 차역사 전시실, 체험공간인 3층 차생활실로 구성됐다. 차의 모든 것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보성차와 함께 한국차에 대한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차문화 교류의 공간이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자 개막식 행사가 진행됐다. 공원 내에는 아름다운 조명의 점등식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의 보성 차밭빛축제 막이 올랐다.
매년 겨울 보성에서는 차밭빛축제가 11월 말 개막식 점등을 시작으로 다음해 5일까지 한 달여간 열린다.
2000년 밀레니엄트리로 시작된 빛축제는 한국차문화공원을 중심으로 경관 조명과 특수 조명을 설치해 화려하고 특색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한국기네스북에 등재돼 현재까지 20년 동안 그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희망 등 연말연시 기대감을 겨울철 차밭 관광객들에게 메시지 전달과 함께 화려한 조명 등으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보성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한국차문화공원 입구부터 오르는 길마다 각기 다른 화려하고 아름다운 갖가지 조명들의 디자인과 테마는 겨울밤 움츠려있던 동공의 크기를 최대로 만든다.
차밭 위에 곡선으로 펼쳐지는 조명과 사계절 터널조명 등 공원을 오르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공원 내에 주제별로 구분해 놓은 조형물들 앞에서 인생 샷을 찍어봄직도 하다. 또한 추위에 지친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이글루는 따뜻한 차와 함께 잠시 언 몸을 녹이는 쉼터가 된다.
아름다운 조명에 취해 저녁식사 시간을 미루다 보니 늦은 저녁 시장기에 먹은 녹차 떡갈비는 ‘인생 떡갈비’ 그 이상이었다.
녹차 떡갈비는 차 잎을 사료에 혼합해 먹여 키워 육질이 연하고 콜레스테롤이 일반 육류보다 적다.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보성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별 요리다.
저녁 식사 후 우리 일행이 묵을 또 하나의 명소인 제암산 휴양림 팬션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풍광은 물론, 편백나무로 이뤄진 실내는 숙면과 함께 상쾌한 아침을 열어줬다.
또한 팬션 주변에는 유모차나 휠체어로도 편하게 산책 가능한 테크길로서 힐링도 되는 명품 트레킹코스가 있다. 시간에 쫓겨 테크길 산책은 다음을 기약하며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향했다.
보성읍에서 국도 2호선을 따라 순천 방면으로 가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 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읍에 위치한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다.
근래 들어 소설을 읽고 태백산맥 속 현장을 체험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벌교옹기, 천연염색, 차, 용문석 등 전통문화 체험과 꼬막 관련 행사와 함께할 수 있는 벌교만의 향토색 짙은 축제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벌교는 꼬막 관련 먹거리로 더 유명하다.
태백산맥 문학관 관람 후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서울로 향했다. 다소 짧은 일정이라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고 의미 있는 나만의 차 여행이었다.
이제 필자의 여행에는 차가 빠질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던 차와 관련된 곳을 선택하게 된다. 그 안에서 휴식과 소소한 행복을 맛보기 때문이다.
바삐 올라오는 길 차창 밖 느낄 수 없는 찬바람과 쏟아지는 햇살의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다소 이르게 다음 계절인 봄을 마중 나간다.
이번 겨울 나의 계획을 다 마친 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