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웅 “총선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미정…기득권적 행태” [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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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 “총선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미정…기득권적 행태” [풀인터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4.01.0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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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웅 前비대위원 (더불어민주당)
“청년, 사회에 진입하지 못해 약자화…기회 필요”
“청년 문제, △가구△주거 △노동으로 해법 찾아”
“밭갈이 하는 청년 많아…기성 정치 문턱 낮춰야”
“거대양당, 과잉 비례의석 획득…국민의사 반영必”
“선거구 획정, 이미 끝났어야…공정한 구도 갖추자”
“전세사기 원인, 정보 비대칭성…낡은 구조 고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사시오늘 권희정 기자
권지웅 전 비대위원과의 인터뷰는 여의도에 소재한 스튜디오에서 12월 22일 진행되고 있다.ⓒ사시오늘 권희정 기자

인터뷰 전날인 12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35)의 주도 하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년들이 모였다. 무슨 연유였을까? 

- 많은 청년이 모여 전세사기 특별법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지금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 접수센터 센터장으로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계속 조금씩 제도를 개선을 해오고 있는데, 전날(21일)이 전세사기특별법을 2023년 내 통과시키기 위한 올해 마지막 법안 소위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그 논의가 잘 안 되면 사실상 연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 불가능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 중인 민주당의 많은 구성원들이 전국에서 올라왔어요. 부산·대구·강원·대전·경기·인천 등에서요. 그분들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켜달라고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죠. 어제 너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권지웅 전 비대위원과의 인터뷰는 여의도에 소재한 스튜디오에서 지난 12월 22일 진행됐다.

 

1. 시그니처 질문


- 청년이 사회적 약자인가요.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청년을 ‘아직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자’라고 생각해요. 

청년이 약자라는 등식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를 줘야 된다. 교육받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일 테지요. 그 면에서는 약자라고 봅니다.

다만 예외도 있죠. 청년인데도 이미 자리 잡아 있는 분들도 있어요. 이재용 삼성 회장의 자녀 등이 대표적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약간 충돌은 있겠지만 어쨌든 약자화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청년만을 위한 해법이 아닌,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모두를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건 세 가지예요. △노동 △주거 △가구 구성입니다.

역순으로 설명하자면, 대한민국이 20년 전만 해도 4인 가구가 제일 많았어요. 그 다음 구성이 3인, 2인, 1인 가구 순이었거든요. 지금은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1인 가구가 제일 많아요. 그다음이 2인, 3인, 4인 가구 순입니다. 이는 사회가 달라졌음을 뜻합니다. 예전에는 혈연과 혼인으로 구성된 집단을 가족이라고 규정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었죠. 저희 아버지 때만 해도 4인 가구를 구성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결혼을 원치 않는 사람들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포기한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어요. 관계 맺음의 토대를 혼인이나 혈연이 아닌 것도 인정해 주기 시작해야 되거든요. 예를 들면 동거 가족도 있을 수 있죠. 여러 방식들을 존중하고 그것을 토대로 행정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주거입니다. 지금까지는 세입자들에게 집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해왔어요. 그렇게 정책을 펼친 지 40년이 넘었는데 집을 사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하나도 안 늘어났어요.”

권 전 비대위원은 더 이상 주택구매 위주가 아닌, 임차인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전체 기준으로 유주택자가 55%를 넘지 못하고 있거든요. 정책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임차인에게 집 살 수 있게 해줄게 말할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집을 빌려 살더라도 존엄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해야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노동 관련해서는 더 이상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왔는데, 정규직 파이는 안 늘어나고 있어요. 되레 소수의 사람만이 정규직이 되고 있죠. 이 역시도 바꿔야죠. 정규직 전환만 외칠게 아니라 비정형 노동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정책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닐까요?”
 

 

2. 핸디캡에 갇힌 청년 정치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전 비대위원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치프로그램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랩2030의 폴리마켓에 대해 평한다면요.(민주당은 청년들이 직접 정책 입안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청년 폴리마켓을 개최한 바 있다)

“시도한 것 자체로 높이 평가하지만,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책이란 단순히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행정부 혹은 입법 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앞으로는 폴리마켓을 통해 정책 제안 과정을 체험해 보겠다는 사람을 모으고 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제공해 주는 방식도 좋을 듯합니다.”

- 전문적인 멘토링 과정이 부진한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어떤 류의 프로그램이 필요할까요.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겠죠. 청년들이 입법부와 행정기관을 만나면서 좀 더 정밀하게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도 좋았겠다고 봅니다.”

- 청년 정치에 실망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국민이 보기에 청년 정치가 기성 정치와 별다른 차별점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청년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합니다. 제게도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죠.”

권 전 비대위원은 기성 정치를 답습하는 청년 정치인의 반성을 요구하며 동시에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의 개선 또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사회가 어디로 가야 되는지 고민하고 시도하려면 시간과 조직 등 자원이 있어야 됩니다. 제가 약 4년 정도 정치하면서 느낀 점은 시간과 조직 확보가 청년 개인의 몫이란 겁니다. 4년 전에 비례대표로 출마하고, 정치를 하면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생계를 꾸리면서 정치활동의 완성도까지 높여야 되는 두 가지 과업이 생기게 되는 거죠.

배부른 소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의 비전을 만드는 일이지 않습니까? 정성이 필요해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무조건적으로 정치에 시간을 전부 쏟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이런 면을 극복해야 이전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비전이 청년 정치인이나 새로운 정치 그룹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투자하지 않는데 좋은 상품이 나올 리 없잖아요. 알아서 좋은 게 나오길 바라는 것은 방관적인 태도죠.”

기자에게는 권 전 비대위원의 이야기가 기성 정치권의 무책임을 관통하는 촌철살인으로 들렸다.

“이 시대의 새로운 비전을 갈구한다면 투자해야죠. 투자한 것들이 원래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시장에서도 100개를 던지면 한 10개도 채 성공을 못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그런 노력도, 그만큼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 청년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기회가 없다고 하지만, 정작 지역에서 밭갈이를 하는 청년은 별로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청년정치인도 여러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중에는 밭갈이를 열심히 한 사람들도 있어요. 이번에 남양주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 남양주시장으로 출마했다가 컷오프 되고 이번에 다시 출마해요. 출판기념회에 갔더니 정말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왔더라고요. 소위 밭갈이를 한 거죠. 과연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까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안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밭갈이를 나름 해도 기성정치의 관문을 뚫고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는 거죠. 

꼭 청년 정치인을 옹호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그들을 향한 여러 가지 의문, ‘너희들 충분히 다했냐’고 묻는 질문에 충족하더라도 기회가 열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밭갈이가 아닌 것이죠.”

권 전 비대위원은 지역에서 충실히 봉사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분명히 존재함을 강조하면서도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에 대해 지탄했다.

“도리어 정치가 스스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변할 수 있게 토대를 만들지는 않고 있지 않습니까.”

- 청년 정치인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군요.

“억울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정치가 태동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슬픈 일이죠.”

우문현답이다.

“새로운 비전을 만들 수 있는 국회의원 군이 생기거나 그런 친구들이 안정적으로 정치에 대한 고민할 수 있어야 새로운 정치가 나올 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일선에서 뛰는 입장에서 보니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슬픈 거죠.” 

 

3.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전 비대위원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국민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한다고 평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총선은 다가오는데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에도 민주당의 지지도는 여당과 보합세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정부를 견제하는 데도 급급한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꼭 검찰 이슈뿐만 아니라 여러 행정부의 실정을 짚어야 하는데요.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여당과 윤석열 정부의 낮은 국정 지지율이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근본적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민주당은 최근까지 집권했던 당이에요. 단순히 실정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도 충분히 설득할 만한 비전을 보였어야 되는데 그런 면모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선 전까지 최대한 메워야 될 민주당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역대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는 단 2건에 불과한데요. 이번 총선을 전망하자면요.

“낙관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가 있지 않습니까? 24만 명 정도가 투표를 했습니다. 서울의 경우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17%라는 큰 격차를 벌렸어요. 이후에도 최근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선임됐지 않습니까? 그런 걸 봤을 때는 윤석열 정부는 ‘우리가 생각한 게 옳다’라고 가는 것 같아요. 국민이 보기에는 오만해 보일 테고 이는 총선에서 정권심판 프레임으로 이어질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게 조금 기울어져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거라는 건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선거의 승패를 떠나 참담하죠. 국정이란 개인이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공백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국정을 다루는 사람들의 책임감이에요. 비서관을 인선할 때도 절대 후임과 전임 사이를 비우게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장관을 차관 대행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납득이 안 되고 심지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낮은 걸 알면서도 정부의 2인자인 사람을 당 대표로 보낸 것이에요. 정치라는 게 합의와 협의의 공간인데 완전히 무시한 조치죠. 윤 대통령이 너무 깊게 개입하고 있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두 팔 벌려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고요. 정치가 무너졌다고 봐야죠. 그래서 선거의 유불리랑 상관없이 참담하다고 표현한 겁니다. 

선거 유불리로 굳이 묻는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옴으로써 정권 심판 프레임이 더 강해질 겁니다. 왜냐면 윤석열의 아바타라 불리는 한 전 장관이 당에 왔기 때문에 사실상 윤 대통령 그 자체라고 봐야 되는 거죠.”

- 과거 YS와 DJ도 대통령일 때 당에 개입하지 않았습니까.

“그 당시는 합법적인 총재 시절이었잖습니까. 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고 총재가 당연히 공천을 줬던 겁니다. 이후에는 정당이 민주화됐어요. 열린우리당이 만들어졌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을 민주화해야 정치가 좋아질 수 있다. 국민의힘도 그것을 따르고 있어요. 행정부 권력과 정당의 권력을 분리시키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는 것이죠. 그걸 완전히 어기는 거니까 스스로 세운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기 위한 것 말고는 이유가 보이지 않습니다.”

 

4. 선거제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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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비대위원은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선거제도 개혁, 왜 필요한가요.

“지난 총선을 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각 33%를 얻어 총 66%를 얻었어요. 근데 의석은 90%를 가져갔죠. 지지율 외 30% 이상의 불로의석을 얻은 겁니다.

국민들의 의사가 의석에는 반영되지 않는 구조였던거에요. 그런 측면에서 선거제 논의는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약 30%에 가까운 불로의석을 주는 건 어떤 국민도 좋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권 전 비대위원은 국회가 미온적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지금 병립으로 회귀할지 연동형으로 머물 거냐는 논의가 있는데요. 22대 국회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너무하다 싶어요. 왜냐면 지금도 룰이 안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너 비례로 출마할 거야? 지역구로 출마할 거야?’ 물어보는데 비례 룰이 없어요. 국민 입장에서도 황당한 노릇입니다. 법적으로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로부터 1년 전에 정하게 돼 있습니다. 2023년 4월 10일에 선거구가 다 획정됐어야 해요. 

지금 지역구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비례 같은 경우 어떤 룰로 뛰게 될지 알 수가 없어요. 비례나 지역구로 도전하는 사람 모두 경기 룰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를 해야 되는 거예요.

반대로 이 경기의 룰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략 어떻게 될지 알 수 있겠죠. 혹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도전자들은 그럴 수 없는 상태인데 계속 ‘너희가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해 봐’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기득권적인 거예요. 도전자들이랑 공정하게 겨룰 생각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탄희 의원을 불출마 선언 등에도 선거제도 개혁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당들이 적극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전체를 좋게 만들고 정당이 더 멋진 경쟁을 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권 전 비대위원은 에너지 요금 인상에 빗대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고 있으면 가스요금이나 전기요금 관련해 시위하는 분이 옆에 와 계십니다. 요금을 올려야 된다는 것이죠. 매번 정치가 결정할 게 아니라 원가에 연동해 결정할 수 있게 그 룰을 결정할 수 있어요. 비슷하게 선거제로 가져오면 선거와 관련돼 유불리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들이 룰을 정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어려운 겁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왕립위원회를 꾸려서 거기서 논의를 다 하게 했어요. 이해관계자들과 조금 떨어져 있는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겁니다. 권위 있는 논의기구를 통해 합리적 안을 찾고 국민들의 신임을 얻으면 국회가 통과시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선거제가 불변의 진리 같은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어야 되는 거예요.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구조를 다르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룰을 정하게 만들어서는 앞으로도 반응성 있게 선거제를 바뀌어야 될 때도 못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 당 내 강성 지지층의 선거제 개혁에 대한 거부감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연동형 비례제도가 진리가 아니듯, 병립형도 진리가 아닙니다. 이견이 당연히 존재할 수 있죠. 소위 활동하는 지지자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그 또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의 일환으로 봅니다. 다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되려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 뿐입니다.

-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과 만나서 직접 설득에 나선 적 있습니까.

“정치개혁 2050이라고 초당적으로 젊은 정치인들이 모인 단체가 있습니다. 활동한 지 약 1년 정도 됐어요. 선거제 개혁을 위한 활동을 해왔는데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건 최근에 나왔던 이야기라 직접 가서 설득하지는 못했어요. 만날 일이 있거나 토론할 기회가 있다면 나름의 의견을 드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권 전 비대위원은 현재 정치개혁 외에 전세사기 문제도 다루고 있다. 전국 돌아다녀야 하는 그의 입장 상 당원들과 직접 만나지 못함에 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5. 전세사기 피해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전 비대위원은 전세사기의 근본적 원인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불균형한 정보 비대칭성을 꼽았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요.

“우선 전세사기 관련한 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2023년 6월 1일 처음으로 법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법의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개정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가 올해 나온 것도 있지만 그전부터 꾸준히 발생해왔습니다.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행정부가 빨리 고치지 못하고 있어요. 

대환대출이라고 하는 정책이 있거든요. 피해자분들은 보증금을 못 받으니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냈는데  이걸 못 받으니까 은행 대출도 못 갚잖아요. 연체되면 이자가 많이 오르거든요. 저금리로 만들어주는 게 대환대출인데, 전세 사기 피해자의 소득이 부부 합산 기준으로 7000만 원을 넘으면 대환대출을 받을 수 없는 거예요.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맞벌이를 하면 연 7000만 원 넘게 벌기도 하거든요. 고소득자가 아니어도요. 요건을 바꾸는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 전세사기 대책을 꾸리면서 가장 보람찼던 사례를 꼽자면요.

“보람을 느끼기에는 참담한 사례가 많아요. 하나를 꼽자면 강서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궐 선거를 하기 전 민주연구원이 전수조사를 했거든요. 연구원에 제안했고 그 연구를 직접 수행했어요. 

피해자를 만나러 9000 가구를 직접 다녔어요. ‘혹시 피해자면 여기에 응답해 달라’, ‘저희한테 전화해 달라’ 총 240명이 응답을 했습니다. 한 10분 정도를 저희가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했거든요. 거기에 온 분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응답서 질문지가 와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했다. 이 응답을 하더라도 제도가 안 바뀔 거라고 알고 있지만 답을 하면서 정말로 관심 있는 사람이 설문지를 설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고마웠다’는 거예요. 정말 미안하면서도 되게 보람찼었어요.

당장은 우리가 야당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많은 것들을 바꾸지 못했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고 행정부에 반영하려고 하는 노력을 한다는 것을 질문지를 보고 알아봐 줬을 때 이 일이 의미가 있구나. 기대할 만한 곳이 되는 거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시민들의 애환이 생각났는지 권 전 비대위원의 붉어진 눈시울에서 그의 노고와 전세사기를 걱정하는 마음이 선명히 드러났다.

- 전세사기를 고치려면 어떤 근본책이 필요한가요.

“제일 근본적인 것은,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계약할 때 갑과 을이 동등해야 하는데, 갑과 을이 가지는 정보 격차가 심합니다. 을의 입장에선 다 알아보려고 해도 갑이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전세사기범들이 이런 허점을 악용하는거죠.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이 거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낡은 구조가 방치돼 있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거든요. 이걸 해결할 수 있다면 ‘빌라왕’과 같은 거대한 규모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어요.

심지어 빌라왕조차도 바지사장에 불과했고 실 기획자는 따로 있었죠. 이 같은 사기가 활기칠 수 있던 것은 임대차 시장의 불공정성 때문이거든요. 임차인 중에는 변호사나 국회의원 자녀도 있어요. 국토부 공무원과 LH 직원한도 있겠죠. 하지만 이에 대해 토로하면 되돌아오는 답변은 임차인이 꼼꼼하게 알아보라는 말 뿐이죠.”

-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약자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권하는 것 같습니다.

“리스크를 떠넘기는 거죠. 저도 지금 전세 계약하고 있는데, 어떻게 다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음속에는 ‘집주인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커피 사면서 ‘이거 만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야 내가 탈이 안 날 텐데’ 이런 생각 안 하잖아요. 돈 주고 산다고 하는 건 위생관리법에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해 상품으로 파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주택도 공인중개사가 거래를 해줘요. 국가가 공인했으니까요. 사기를 당하고 심지어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대출 심사를 받아요. 은행에서도 심사해서 보증금을 안전한 집이라고 하니까 대출을 해주는 건데, 또 당하니 기가 차는 거죠. 전세사기 피해를 개인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 말이 안 맞는 것이고, 무책임한 것이죠. 국가가 보증한 제도 위에서 다 이뤄졌던 일이잖습니까.”

권 전 비대위원은 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전세가기가 민간의 문제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논리라고 하면 부동산 PF 시장이 지금 빨간불이 켜져서 여기에 지금 정부가 엄청난 돈을 투여하고 있잖아요. 여기는 더 민간 사이의 시장이에요. 어불성설이죠. 개별로 사업 계획 쓰고 돈 빌려서 투자하고 성공하면 걔네들이 돈을 가져가는 그런 시장인데도 어려운 것 같으니까 28조 원 금융 지원하고 심지어 예산 5000억을 지원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는 민간의 일이라서 상관없다?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권 전 비대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마지막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지금 64개 조항이 있습니다.

크게 몇 가지로 묶자면 우선 피해 구제를 강화하기 위해 전세 사기 피해자가 가지고 있는 보증금 반환 채권이 있어요. 보증금을 못 돌려받았으니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채권이 있는 거죠. 이걸 국가가 사주자는 것, 즉 선보상 후 구상권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두 번째로는 피해자들의 주택이 은행 담보로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은행 담보를 차라리 국가가 그 채무를 가져와서 국가가 경매를 유예시킨다든가 하는 선순위 채권 매입니다.

세 번째는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겁니다. 지금은 유명한 가해자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면 피해자로 인정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경찰에게 이 사람이 전세사기 가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출해야 돼요. 사기의 의도가 있었다는 걸 입증해야 되는 거죠. 세입자가 무슨 수로 임대인의 재산 변동 내역을 알겠습니까? 언론들이 취재해 줄 때야 할 수 있는 거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피해자 요건 중에 어떤 한 요건이 임대인의 기망을 확인해야 되고 그러려면 경찰이 사기로 입건을 해줘야 돼요. 그게 안 되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미비한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죠. 

또 한 가지로는 피해자들 주택 중에서는 불법 건축물도 있거든요. 불법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비주거용 주택’이 있어요. 상업용 오피스텔은 주거용이 아니라서 용도를 변경하지 않고 주거로 쓰면 불법 건축물 등을 말합니다. 근린생활시설도 마찬가지예요. 집을 돌아보면 가끔 내부에 비상구 표시가 있는 집이 있어요. 이런 집은 상업용 시설을 주거로 바꾼 거예요. 그런 시설에 사람들이 많이 살거든요. 만약에 피해자가 샀을 경우, 불법 건축물이라고 과태료를 매기는 게 있는데 그걸 풀어주자는 내용 등이 있어요.”

- 특별법과 일반법 차이는 무엇인가요?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우선해서 적용됩니다.

주택임대차 시장은 민법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민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이에요. 특별법도 다른 법들이 많지만 특정한 사안들이 우선시한다는 측면에서 그걸 특별법이라고 해요.”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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