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일상스케치(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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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일상스케치(98)]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10.0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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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BY 고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자연은 어쩜 이다지도 냉정할까. 그렇게 뜨겁던 여름을 저 멀리 내몰아 버렸다. 그러다 잠시 선선하더니 순식간에 서늘해지기까지 하다. 짧은 시간에 변화무쌍한 날씨, 절로 자연 앞에 무릎 꿇게 되고 무기력감마저 든다.

이렇듯 계절의 변화는 노크도 없이 불쑥 집안으로 들어와 때론 당혹스럽다. 재빨리 겉옷을 겹쳐 입고 서늘한 계절에 채비를 한다.

깊어가는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연약한 코스모스가 곱디곱다. ⓒ연합뉴스
깊어가는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연약한 코스모스가 곱디곱다. ⓒ연합뉴스

가을의 쓸쓸함에 대하여

오늘 8일(일)은 24절기 중 추분과 상강 사이의 절기인 ‘한로(寒露)’다. ‘한로(寒露)’란 찬 이슬을 뜻한다.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타작이 한창이다.

이때는 오곡백과를 수확하며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에 국화전(菊花煎)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는 풍습이 있었다.

이제 산천은 가을향으로 가득하다. 곡식이 영글고 산야가 고운 빛으로 물들어가지만 왠지 모르게 폐부를 찌르는 쓸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가을 편지와 차 한잔으로 외로움을 달래다. ⓒ연합뉴스
가을 편지와 차 한잔으로 외로움을 달래다. ⓒ연합뉴스

편지 한 통으로 위안을

옷깃을 여미며 한기를 피해 보지만 그럴수록 속은 왠지 모르게 휑하다. 마음에 찬 바람이 분다. 아무리  옷을 단단히 겹쳐 입어도 외로움은 덮어지지 않는다.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질 않는다. 그저 가을 분위기 음악으로 스산한 심경을 달래본다.

고은의 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를 읊조리며 누군가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써볼까. 낙엽이 흩날리고 스러져가는 세월을 사색과 겸허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내 편지를 받아준다면 따끈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쓸쓸함 대신 추억과 낭만의 세계로 승화시킬수 있겠다.

가을 추어탕. ⓒ연합뉴스
가을 추어탕. ⓒ연합뉴스

가을 스산함을 보양식으로

한편, 가을이 되니 음식도 변화가 온다. 가족들이 즐기는 추어탕을 식단에 올리며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한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옛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미꾸라지는 가을에 가장 맛있기 때문에 추어탕도 가을에 제맛이라고 한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가을이면 살이 통통하게 올라 단백질이 풍부해진 미꾸라지가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보강해 준다. 추어탕으로 입맛을 돋우며 허전한 이 계절을 지혜롭게 나야겠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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